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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원고가 산더미같이 남았는데 우연히(는 아니겠지만) 트람님의 이 글을 보고 답글 형식으로 뭔가 남겨야겠다 하고 잠깐 끄적거려 봅니다. 어차피 하나 적어야 할 것이니. 대신에 잠을 못자서 좀 횡설수설할지도...비약이 좀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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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진실씨가 고인이 된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 원인이 악플이라고 떠드는(말하는 - 이라고 하고 싶지만 tvn이나 mnet을 보니 이런 표현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우와 남의 장례식을 생중계하다니 이분들 좀 용자인듯) 것을 보고선 제가 해왔던, 그리고 하고 있는 게임을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게임덕후니 당연한거죠. 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상의 욕설 및 비난을 '게임상의 악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주시고 봐 주시길.

 

일반적인 신문사이트(포털 포함)의 댓글과 비교하면 게임상의 채팅은 좀더 단순한 계기로도 욕설이나 비난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상의 악플'은 그 발생환경에 있어서 일반적인 웹서핑을 하면서 일어나는 댓글, 덧글보다 더 우발적이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게임회사가 가장 많이 채택하는 것은 '필터링'시스템입니다. 욕설 자체를 막아서 욕설이 발생할 상황에 욕을 못 쓰면 싸움도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효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은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면

 

______ 개새끼

 

이 단어가

 

______ 개@@@@@@@@@새@@@@@@@@끼

 

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게이머가 아니면 어이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애들 게임을 많이 하는 분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유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필터링에 대한 대책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고 이 경우 결국은 '게임회사와 유저의 소모전'이 되어 버립니다. 그 유저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면 네티즌으로 변할 뿐이죠. 네티즌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블라인드 제도 입니다(뭐 게임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행실이 나쁜 사람은 인기도라는 것을 까버려서 표시를 해 두자 라고 만든 거고. 신고는 말할 것도 없이 악성 유저를 신고하는 거죠. 뭐가되었건 그 핵심 자신의 도덕지수를 남에게 평가받게 만든다는 겁니다. 트람님도 여기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셨습니다.

 

 

 

4. 악플이 네티즌의 힘으로 걸러지는 인터넷 여론 시스템을 기획,개발한다
- 위의 악플의 정의중 '사회 구성원 90% 이상이 동의하지 못하는 글' 부분을 감안하여, 90%의 선한 마음을 믿고 추천,비추천,신고제 로직을 제대로 짜서 악플이 네티즌의 힘으로 걸러지는 시스템을 만든다.
악플을 사전에 막을 순 없으나 빠른 시간내 제거되는 시스템. 현재의 추천제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1인 1표제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를 포기하고 헤비유저(=우수회원,오피니언 리더,논객과 유사어)에게 더 권한을 주는 로직을 함께 도입하여 시스템이 잘 움직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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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digg.com, AOL의 소셜뉴스인 프로펠러 등 미국의 여러 UCC 사이트에서는 윗 글의 4번에 해당하는 시스템 - 댓글에 추천/비추 및 신고 시스템을 두고 '+5 이상 추천받은 댓글만 보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사용자들이 악플을 걸러내고 서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웹에서 발생한 문제를 웹답게 풀어내는 좋은 시도를 하고 있죠.

 

- 악플에 대한 착각과 정의, 악플 퇴치법 (1) 중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과연 저 블라인드 시스템이 효과가 있는가하는 문제입니다.

 

일단, 과연 저 여론 시스템 로직이라는 것이 90%의 유저가 확신(내지는 신뢰)할수 있는가 - 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이버모욕죄라는 것도 단순히 생각하면 '정말 악질만 잡을 정도로 최소화된다면 찬성해도 되지 않겠냐' 싶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 사이버모욕죄의 기준이 모든 사람은 고사하고 반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니까 그렇게 반대를 하는 거죠. 그것이 정략적인 것에 이용된다는 것도 저 의구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신고제인지 뭔지 하는 것도 똑같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유저의 의한 평가라고 했는데 누가누가 신고를 했는지 반대를 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네티즌은 자신의 삭제된 글이 유저에 의한 것인지 포털(및 관리자)에 의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예전의 다음 아고라조차 관리자(알바라고 부르는) 삭제설이 많았고 DC는 아예 '알바관리자'의 존재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DC가 아닌 곳에서, 과연 자신의 글이 100% 유저가 삭제한 것이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요? 악플러라면 더더욱 납득할 수 없겠죠. 악플러를 옹호하는게 아닙니다. 악플러가 납득하고 '저 제도 하에서 계속 올리다가 짤리는' 수준까지 로직을 공정하고 치밀하게 구축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라는 겁니다...아 말 이상하네.

그리고 하나 더. 신고와 추천/반대는 기본적으로 다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있습니다. 제가 하는 게임의 사연을 보면

 

어느날 내가 무슨 사냥터를 가고 있었는데 어떤 유저가 매크로를 돌리고 있더라. 게다가 그 유저는 중국어의 영문 발음을 사용하고 있어서 확실히 중국 작업장으로 의심되는 유저였다. 그래서 매크로 판단용 아이템을 사용해 마을로 유저를 보내버리니 어디선가 저렙 유저가 대량으로 나와서 자신의 인기도를 20 이상 내려버리고 도망가버렸다.

 

 - 메이플스토리 다음카페 작가게시판 '기사 제보입니다' 요약(운영진이상공개글)

 

 

 

굳이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타 길드랑 싸웠는데 길드원이 떼거지로 나와의 채팅메세지를 신고해버렸다. - 라는 정도. 앞서 말했지만 게임유저가 게임을 안하면 그 사람은 바로 네티즌이 됩니다. 이런 상황은 아고라에서, 다른 커뮤니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종부세 인하와 관련된 찬성글이 올라왔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게 알바집단이건 악플러건 정신병자건 심지어 그것이 다수의 누리꾼이건 반대표를 눌러서 그 글을 블라인드 시킬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굳이 정의의 개념을 추가하고 싶진 않지만, 서로 정의라고 여기는 집단 둘이 아고라 게시판에서 싸우면? 그 무기가 '반대표를 이용한 블라인드'라면? 극단적으로는 블라인드의 전쟁터가 되는거고

 

 

위 명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현재 아고라 시스템은 반대표 베스트가 있지만 이것조차 '악용'(물론 반대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은 왜 악용이냐고 하겠지만 원래는 이런 목적으로 반대표 만든 것이 아니니)되고 있습니다. 반대표가 쌓여서 블라인드가 되거나 삭제, 회원제재가 될 경우 현재 반대표 구걸을 사라지겠지만 익명의 유저가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 되는 혈전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멀리 보지 않아도 됩니다. 소시 팬카페에서는 원걸 빠가 악플러가 되고 원걸 팬카페는 반대 상황이겠죠. 이 둘이 테레비존에서 싸우는데 때마침 테레비존 게시판이 업그레이드를 해서 반대표로 블라인딩이 가능하다면? 이건 악플러 제재장치가 아니고 댓글전쟁에 무기를 달아주는 꼴입니다.

여기에 헤비유저가 더해진다면? 우리 MB횽이나 만수횽이 대통령인지 장관인지 때려치우고 보수꼴통 다 모아서 아고라에 진출했습니다. 횽들을 숭배하는 찬성표에 힘입어 두 브라더스는 헤비 유저로 레벨업했습니다.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상황이 과연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러는 너는 무슨 대안이 있냐 - 고 하면 할말은 없죠. 다만, 블라인딩 제도라는 것도 유저의 선(善)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것이 방어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격수단으로 급전환이 가능합니다. 외국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당연히 NO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엮은글에도 적혀 있지만 실명제는 이미 답이 없죠. 실명제 해도 욕할 놈은 욕하는 데다가 실명제의 수단이 되는 주민번호 자체가 도용이 쉽습니다. 게임사이트에서 자기 주민번호가 아닌 걸로 게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을껄요.

말도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저는 이론적으로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의 개입이건 신고제도건 블라인딩이건 전부 기반이 되는 사람의 가치관이 개입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중립적으로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까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악플을 가장 공평하게 막는 방법은 뭘까요?

 

 

덧-아이러니하게도, 악플러를 수사한다는 소식 이후 다음 뉴스는 진짜 선플(을 가장한 비꼬는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악플수사에 악플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소리죠. 어째서일까요?

덧2- 이 블로그에도 악플러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홈페이지 http://sbrm.idoo.net 제가 하는건 아니고 이 블로그시스템상 모든 비회원 댓글은 IP가 전체 공개됩니다. 확실히 악플은 줄었는데 제대로 된 댓글도 사라져버렸죠.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IP공개'도 해결안은 아닌 듯 합니다.

 

요약

1. 블라인딩/신고 제도는 그 사용자가 악플러일 경우 방어수단이 아닌 공격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두 집단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 더 심해진다.

2. 1의 가능성 때문에 '사용자의 선/정의 에 기반을 둔' 악플 차단제도는 기본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3 실명제나 IP공개 등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관리자 개입시 관리자의 가치관도 개입되기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된다.

 

 


-maze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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