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8. 일기
5월 내내 문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시작은 어버이날이었다. 5월 9일 원래 계획은 이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한 다음 부모님 댁에 가서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고 딸내미 구경시켜드리고 다시 집에 와서 쉬고 할 계획이었다. 이후 일할 것들도 계획되어 있었다. 내가 쓰러지기 전까지. 아침에 일어난 건 좋았는데 무슨 원인인지 딸내미 얼굴을 보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의사말에 따르면) 실신했다. 아파트 바닥이랑 뒤통수가 제대로 부딪혀 정신도 잃고 필름도 끊겨서 뒤로는 기억이 없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와이프가 119를 빨리 불렀고 머리를 흔들거나 하는 것도 없이 초기 조치를 잘한 덕분에 용케 살아서 퇴원할 수 있었다. 아무튼 119를 타고 에스포항병원 응급실 가서 초기검사를 하고 링거를 넣고 했다는데 사실 여기까지도 기억이 안나고 나는 이게 다 끝나고 응급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올라가는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처음 2~3일 집중치료실 기간은 정말로 힘들었다. 미음이 나오긴 했는데 사실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그런데도 엄청난 멀미가 나면서 먹은건지 먹었던건지 그냥 위액인지 그런것들이 전부 입으로 나왔다. 머리 안쪽의 뇌압이 너무 높아서 눈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머리 안쪽에 멍이 생겨서) 어떻게 누워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 제대로 잠들수도 없었다. 하필이면 내 옆의 (누군지 모르겠는) 환자가 TV를 계속 틀어놓고 자면서 코까지 골았던 탓에 안그래도 잠 못들어서 맛이간 멘탈이 2배로 부서지고 있었다. 그래도 하루 단위로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었다는게 그나마 다행.
나중에 일반병실(2인실)로 옮긴 뒤 진단서를 보니 외상성 경막하출혈(즉, 뇌출혈)과 대뇌 타박상이 찍혀 있었다. 신경외과에서 추후 따로 검사를 진행하니 외상성 이석증인듯 하다고 의사가 말해주었다(덤으로 의사가 '아마도' 과로로 인해 실신한거 아닐까 하는 의견을 말해주었다) 어느 쪽이건 시간이 지나야만 완치가 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뇌출혈로 인한 혈전이 가래나 콧물 등으로 녹아나오고 있었다는 점이고 머리 안쪽으로 멍든 자국도 CT를 촬영해보니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첫 1주일이 지나니 그제서야 하루 단위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증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고 먹는 죽의 양도 늘어나고 있었다. 입원 마지막날에는 보험 청구서류를 한가득 뗀 뒤 마지막 주치의 문진을 마치고 퇴원. MRI를 처음 찍었는데 주치의가 중이염이 의심되니 시간되면 이비인후과를 가 보라고.
초반 휴가는 연가와 특휴를 썼는데 이걸로는 감당이 안돼서 병가를 1개월 내놓은 상태. 그런데 결원이나 내가 일할 수 있는 업무강도를 생각해보면 역시 내가 그 자리 있는 건 맞지 않는 듯 해서 휴직계를 쓸 예정. 이석증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그냥 고개를 돌리거나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천장이 팽팽 돌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했었다. 이비인후과를 가서 이석증 관련해서 치료를 하니 증상은 좀 나아졌다만 여전히 일할 자신이 없다.
이비인후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비인후과를 가보니 종합병원에서 한 이야기 - 이석증은 자연치유 - 는 원칙상 틀린 말이 아니란다. 그러나 간단한 시술 등으로 이석(돌)을 이동시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방문하는게 좋다고. 난 그 시술이라는게 뭔지 몰랐는데 달팽이관 바깥쪽 피부를 마사지건 같은 걸로 두들기는 거였다. 이걸로 고쳐지는 건가 싶은데 놀랍게도 이걸 하고 나니 누웠다가 일어났을 때에 어지러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게 되는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