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와이프랑 딸내미랑 셋이서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 딸내미는 이번 제주 여행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는데 그간 경주월드 등의 (어린이) 놀이기구로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울거나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 앞앞 자리에 앉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애가 비행기를 타는 내내 울었는데 우리가 딸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무시하고 탔음.
오자마자 렌트카업체에 가서 출차. 내가 지금 몰고 있는 자가용(니로 하이브리드)를 그대로 렌트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업체를 가니 내가 타는 것보다 신형 모델인 니로를 만났다. 주유구 여는 방법도 달라서 살짝 당황했는데 운전은 거기서 거기라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음.
첫 끼니는 제주도 북쪽의 해장국집. 와이프가 예전에 출장차 제주도를 갔다가 먹었는데 맛있었다는 추천으로 들어갔다. 일요일이었지만 점심시간 끝난 뒤에 들어가서 붐비지는 않았음. 와이프는 내장탕, 나는 해장국을 먹었는데 내가 내장탕 싫어해서 그쪽 맛은 잘 모르겠고, 해장국은 맛있었다. 선지가 좀 큼직큼직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빨간 양념이 칼칼하니 맛났기 때문에 그정도는 용서가 됨.
그리곤 잠이 쏟아지는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서쪽으로 달렸다. 중간에 세워서 랜디스도넛과 피즈 수제버거를 구입. 일요일인데도 웬디스도넛 대기가 없었다. 들어갔을 때 대기가 2명이었나? 그래서 빠르게 살 수 있어서 좋았음. 트렌드가 아닌 건가? 수제버거는 야채가 가장 없어보이는 더블버거에 할라피뇨 빼달라고 해서 시켰다. 호텔 가서 먹었는데 역시 수제버거는 다르달까. '맛있다'의 허들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라 그냥 뭘 먹어도 먹을만하거나 맛있지만 이건 맛있었다. 내가 수제버거를 정말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 걸지도.
그리고 첫째날의 메인인 신화월드 되시겠다. 제주신화월드는 4개 관이 존재하는데 프리미엄 지향의 메리어트관, 가성비의 랜딩관, 가족특화 신화관, 그리고 장기투숙용 서머셋이다. 주차하고 간 것 까진 좋았는데 들어가니까 와이프가 체크인을 못 하고 있었다. 예약할 때 호텔스닷컴으로 예약하면서 결제는 와이프가 하고 예약자는 나로 지정했는데, 그게 생각이 안나서 와이프 이름을 아무리 대도 예약이 되지 않았다고만 하니 살짝 멘붕이 왔었음. 혹시나 내 이름을 대니 바로 통과했다.
들어가자마자 수영복 환복. 여기는 풀장은 탈의실이 없기 때문에 객실에서 환복하고 나서 가운이나 겉옷 걸치고 이동하는 식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바로 갈아입고 키즈풀로 향했음. 키즈풀을 비롯한 워터파크는 스카이풀에서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내려갈 때도 (발이 불편한 상태라) 고생했고, 올라올때도 체력 방전한 애 들처업고 올라간다고 꽤나 고생했다. 엘리베이터좀 만들어줘...
내가 갔을 때는 워터파크가 모두 개장한 상태가 아니었고, 외부는 파도풀과 야외 온수풀 일부만 개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차피 이용하려던 것은 키즈풀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음. 그렇게 딸내미는 유수풀도 돌고 물도 맞고 미끄럼틀도 타면서 1시간을 보내니까 어느새 체력 방전. 들쳐엎고 계단을 올라와 겨우 객실까지 간 다음 샤워.
조금 쉬다가 신화월드 안에 있는 식당가에서 돼지고기 구워먹음. 물놀이하고 체력 쫙 뺀 다음에 먹으니 뭐든 맛있다. 그 옆에 오락실도 있길래 정말로 오랜만에 (잘 하지도 못하는) 펌프를 한 판 하고 객실로 귀환.
2일차
둘째날에 딸내미가 일찍 깨서 체크인시간보다 빨리 출발했다. 제주 서쪽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는 일정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회사 직원 추천인 아르떼 뮤지엄을 가는 중...이었는데 가는 중간에 '저런곳에도 스벅이 있냐' 하면서 들어간 곳이 꽤 멋지구리했다. 왜 이런곳에 만들지 했는데 이유가 있었음.
스벅에서 커피 하나 시켜서 간 곳은 아르떼뮤지엄. 일단 조명 반짝반짝 이런거 좋아하면 확실히 돈값을 한다. 특히 인스타에서 상당히 유명한 조명 반짝반짝 하는 방이 있는데, 색깔이 계속 변하니까 만족스러운 셀카사진이 안나오더라. 그게 좀 아숩. 딸내미는 유튜브 키즈에서 맨날 보던 '내가 그린 그림이 화면속으로 들어가는' 기계를 처음 해봤는데 자기가 색칠한 팬더가 화면으로 돌아다니니까 대흥분 상태. 여기서 이미 오전 기력을 다 뺀 상태였다. 원래는 재워야 하는데 나랑 와이프가 밥을 먹어야 하니 여길 빠져나와서 계속 전진.
가는 차에서 음식점을 검색하다보니 예전에 백종원 선생님이 골목식당에서 제주 무슨 마을에 식당 5곳인가를 만들게 했는데 그게 근처라는 것을 보고 바로 금악리로 갔다. 대충 먹으려고 일부러 고른 라면집인데 라면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흑돼지 갈린게 바닥에 깔려서 육수 맛이 배어있고 마늘까지 토핑이 되는지라 예전에 어디에서 먹어봤던 진한 마늘라면 맛이 나는게 맛있었다. 밥은 모자반('몸국'할때의 그 '몸')이 들어간 밥을 시킬 수 있는데 그냥 오뚜기밥으로도 시킬 수 있음. 여기가 오뚜기하고도 콜라보를 해서 집에서 끓여먹을 수 있는 봉지라면도 파는데 가격이 좀 되더라. 캐리어에 넣어갈 곳도 없어서 그냥 라면만 먹고 출발.
딸내미를 차 안에서 재우다가 도착한 곳은 목장카페. 말을 타보고 싶어하긴 했는데 나이 문제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어서 먹이 주는 걸로 만족하기로. 의외로 별게 다 있어서 카트자동차 경주도 되고 파크골프장 체험도 되고 페인트탄 사격도 된다... 뭐하는 곳이야 여기;
그리고는 숙소로 오는 중인데 중간에 메밀꽃 광경이 너무 개쩌는 곳이 있어서 가다가 즉흥적으로 차를 세우고 풍경사진(과 셀카)을 엄청나게 찍었다. 나는 예전에 제주도 신혼여행 왔을 때도 한라산 넘어오다가 이런 곳을 찍었었는데, 또 우연찮게 이런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오는 중간에 하나로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서 도착한 2일차 숙소. 이 주변에 민박이 꽤 많은 듯 했는데 그 중의 하나인 농어촌민박. 일단 주인분이 굉장히 친절해서 좋았고, 와이파이와 넷플릭스 기본제공. 화장실도 2개. 다음날 주인분이 해주시는 조식도 서비스 제공. 10분 거리에 세븐일레븐이 있는 것도 좋았다. 단점은 주차공간이 없어서 50m쯤 떨어진 곳에 차를 대야 한다는 것 정도. 여기 상주하는 길고양이가 있더라. 근데 거의 길들여진 건지 사람이 와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들러붙더라. 와이프는 어떻게 이런 개쩌는 곳을 알아내는지 신기할 따름;;;
3일차
제주 오면서 우리 딸내미가 하고 싶었던 1) 말 타기 2) 수영하기 3) 물고기 보기 중 마지막인 물고기를 보기 위해 수족관으로 향했다. 3일차로 들어오면서 딸내미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애가 원래 변비가 있는데 1~2일차 기간동안 애가 큰걸 한번도 누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기분이 안좋아지고 찡찡대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데리고 다닐 만했다. 타이밍이 어떻게 잘 맞아서 공연도 볼 수 있었는데 저런걸 처음 보는 딸내미는 눈이 똥그랗게 떠져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그간 잘 풀리던 여행이 꼬이기 시작했다. 딸내미가 숙면을 취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중간에 깨서 울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달래서 우리 점심겸저녁 먹을 고기국수집에 왔는데, 이번에는 애가 3일간의 숙변을 배출(...)한다고 1시간반이나 시간을 끌었다. 떼쓰고 울고불고한 건 덤. 겨우 수습하니 어느덧 저녁 5시. 비행기가 7시5분 출발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빠르게 렌트카를 반납.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선물용) 과자를 한가득 샀다 - 과자는 기념품점보다 이런 곳이 더 구매하기 쉬운 듯 -.
이렇게 가족끼리, 특히 딸내미가 처음 비행기를 탄 제주여행이 끝났다. 우리 딸이 생각보다 비행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는데, 일단 기저귀를 떼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음. 3일차에서 좀 생각대로 안 굴러가긴 했지만 1~2일차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전반적으로는 만족. 여행비용은 비행기 가격 제외하고 (렌트와 숙박 포함해) 80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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