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이번주 화요일날 겪은 일이다. 올블에서 포스트도둑질 어쩌구라고하고 하는데 이런 생홤잡문까지 도둑질하심 곤란.
화요일날 시험공부하러 집에 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부하려던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신대방삼거리역을 음악을 들으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잡았다. 40대는 가뿐히 넘을 듯한 어떤 아저씨였다. 나를 뭐라고 불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부탁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게임에서도 이런 건 들어줘야 이벤트가 발생한다는 꽤나 단순한 까닭에(...진짜 게임중독일지도) 들어보기로 했다.
그 아저씨는 ... 무슨부대였지. 아무튼 강원도 어디 부대 군인이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사람 못 믿을까봐 친절하게 전역증까지 보여주더라. 군인인데 전역증을 보여주면 군인이 아닌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냥 들어보자.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여기 어디 병무청...어어? 이 주변에 병무청도 있나? 내가 이 동네 사는것도 아니라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튼 들어보자. 병무청에 갔다 오는데 택시 안에서 카메라랑 지갑을 놓고 왔단다. 그래서 카드는 어떻게 정지시켰는데 강원도로 갈 돈이 없다고 한다. 결국 돈좀 빌려주이소 - 이거잖아. 그래서
"에...그러니까 결국 돈좀 빌래 달라 아인교" (...2년 살았는데 아직 자연스러운 사투리가 OTL)
"그게 그러니까 ... 부탁을 하자는 말이지.."
부끄러웠나 보다. 당연하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돈 달라고 하는 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저게 진짜라고 해서 믿을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튼지간에
"얼마 필요한데요?"
"아니...내가 핸드폰을 남겨주면 나중에 사례라도..."
"됐니도. 그냥 드릴께요. 그런거 알아서 우야자고"
16400원이란다. 사기치고는 100원단위까지 말하다니. 사기라면 치밀한거고 아니라면 진짜겠지. 그래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2만원을 그냥 덥석 넘겨줬다. 수입이 제로(는 아니지만)에 한없이 수렴하는 나에게 2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그거에 얼마 보태면 한달 차비가 되니까. 그래도 그냥 넘겨줬다.
그냥 믿고 싶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내일 시험인 상황. 게다가 2개다. 그 아저씨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벼락치기의 수준인지라 나도 꽤나 심란한 상황. 그래서 준 거다. 나는 2만원을 주고 내 운의 일부를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다. 말하자면 부적. 부적이다.
그렇게 해서 하루가 지나갓다. 시험일이 왔다. 결과는
잘 쳤다.
절대적으로 잘 쳤다는 것은 아니다. 단, 하루 공부하고 그것도 하루중 몇시간을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 그런데도 잘 쳤다는 것이다. 운은 진짜였을까. 그 아저씨의 사연은 진짜였을까. 2번째 시험까지 잘 쳤다는 기분이 들자. 별의별 생각이 다 났다. 그러나 '참았다'. 진짜라고 생각해서 줬으니 진짜겠지. 오히려 그 사람이 잘 돌아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았다.
생활 속 작은 이야기 끝. 결론 업ㅂ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