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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런 컨퍼런스를 갔다왔다. 오전 오후 계속 이어진 강연회 비슷한 거였고 이런저런 사람들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나같은 경우 영어 수업 빠지고 가긴 좀 그래서[...] 오후 수업을 째고 한번 들어 보았다.




물론 이런 행사의 취지 자체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썩 좋게 보이진 않았다. 저번에 포스팅에도 썼지만 내 경우 , 게임의 폭력성은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며 그 외의 다른 문제 - 특히 사행성 - 가 문제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컨퍼런스는 하루 종일 '폭력성'을 두고 '폭력성은 없다', '폭력성 없는 유익한 게임도 많다' 식으로만 진행하다가 끝났다.


물론 셧다운제나, 쿨링오프제는 그야말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말이 안되는 내용이니까 이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만 게임계에서 이를 주장하는 방법을 보곤 '이런걸로 해결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마따나 이런 컨퍼런스엔 이른바 종합지 기자도 없었고 정부 관계자가 온 것도 아니다. 그럼 결국 자기들끼리 말하다가 끝난거고 보도 규모도 게임 웹진 수준에서 끝날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자기들끼리 '우리가 하는 거 폭력성 없는거지? 그렇지?' 하다가 끝낸 거다.


내용도 그렇다. 중간중간에 기능성 게임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런건 기능성 게임 컨퍼런스를 따로 만들어서 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게임은 유용한것도 많습니다. 이런 기능성 게임을 보십시오? 지금 사회 전반에서 욕을 처먹는건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이다. 즉, '유용한 게임이 있다'는 그런 사실이 '일반적인 게임이 문제가 많다'는 반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제대로 된 주장을 하려면 '일반적인 게임에서 문제가 없다'. '일부 게임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를 위한 규제도 문제가 있다'라는 식으로 해결을 봐야 한다. 근데 이 두가지 내용은 적어도 내가 듣는 동안 잠깐 한마디 나온게 전부였다.


이름도 그렇다. 게임 '편견' 타파 페스티벌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폭력성 이야기만 나오다가 끝난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사행성'이라거나 '중독성'이라는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거기 모인 수많은 사람 중 메이플스토리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 게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은 '메이플은 폭력성이 없다' 수준에서 끝났다. 그걸 누가 몰라? 그런 일반적인 게임을 모르는 이야긴 일반인들 모아놓고 해야 될 말이지. 거기 참석자가 죄다 게임 개발자/기획자/게임회사 지망생들 이었다면 논의의 주제는 '폭력성도 없는 게임은 왜 욕을 먹는가?'가 되었어야 했다.


길게 적었지만... 결국 이 컨퍼런스,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쑥덕거리다가 끝난 것 아닌가. 정부가 어떤 잘못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저런 게임도 있다 이야기는 나왔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우리의 잘못은 없었는지 하는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지 않는가.


웹툰의 경우는 심의에 반대해서 상당수의 웹툰이 no cut 배너를 달았고, 웹툰 작가들이 방심위 건물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컨퍼런스 마지막에 나온 어떤 만화가의 이야기론 조만간 웹툰 작가 협의회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게임계는 왜 이렇게 못하나. 일개 게임유저가 보기에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결론 - 이런거 가지 말고 그냥 수업 들을껄.



-mazefind (넥홈미투 / 트윗 / 페북 / 구플 /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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