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 어떤 일을 진행하다가 그 일을 전환할 때 쓸모없게 되어버리는 모든 비용
기회비용 //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포기해야만 하는 모든 비용
기사를 쓰고 싶다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정말 많이 보았다.
이것저것 보내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자기가 다른 곳에서 해봤는데 다시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봤다.
솔직히 말하면 다 미친놈들이라고 잠깐이나마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왜 하려고 하는데요"
"멋져 보이니까요"
미쳤구나.
패치정보를 보면 알겠지만 어쩔때는 30분단위로 변하거나 할 때도 있다. 솔직히 패치정보는 기사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기사로 억지로 집어넣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게 기사건 아니건 간에 패치정보는 기사인듯한 글. 그리고 기사인 글을 모두 포함해 가장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분야 중 하나다. 알 수 없는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해야 하고 그 상황을 가장 간단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모든 것을 집어넣어야 한다. 잘 되어도 그냥 그렇구나 넘어가는 글이면서도 작은 잘못이 보이면 가장 욕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패치정보. 끝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경쟁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지속성과 신속성이 더해진다. 가장 정제된 글을 가장 빨리, 가장 꾸준히 써내야만 하는 것이 패치정보. 더군다나 글을 쓰는 곳은 정적인 책이 아니라 동적인 가상의 공간.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사람을 피곤하게 그리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다음 패치는 올리지 않겠다면 단언컨데 열에 어덟 정도는 나를 욕할 것이다. 그렇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자의에 의해서는 절대 그만둘 수가 없다. 정보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따윈 상관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볼 수 없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미 그때부터 나는 역으로 독자에게 묶인 죄인의 상태가 된다. 다수의 독자 때문에 정작 글을 쓰는 당사자는 자유를 포기하고 '써야 하는' 신세가 된다. 마치 독자의 집에서 다리를 잘린 채 소설을 완결지어야 하는 소설가의 입장같이 말이다.
더 괴로운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 나를 욕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감정따위 순순히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다. 매우 어렵다. 나란 놈은 그런 사소한 불만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소인배일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쓴다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에 의한 자의건, 성의가 담긴 자의건, 타의에 의한 무언의 협박으로 인한 것이건 그런 모든 것을 무시한 결과 아니겠는가.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자신의 소중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지. 모든 자괴감과 죄책감과 싸우면서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는지. 그만두지 않고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속 활동할 수 있는지.
그래. 말이야 잘하겠지.
나는 이미 나를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추가-
얼마 전에 도적짱군이란 색희가 MSN 추가를 해달라고 하더라. 했다. 뭔가 묘하게 짜증나도록 즐거운듯한 말투로 말을 걸더니 지가 하는 거 어떻게 하는지 다 가르쳐주더라. 그걸 해도 되는가 안되는가를 따지기 전에 그런 '나 대단한 놈이지?'라고 묻는 듯한 싸가지없는 사람의 말을 계속 듣고 있기가 무척이나 귀찮았다. 때마침 테섭 패치를 한 직후라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나가려고 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
'기자노릇 할거 못되는거...저도 해봐서 알아요'
...
이래저래 대화를 끝내고 나는 그 사람을 바로 차단해 버렸다.
그게 정확히 크래킹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그게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 태도는 뭐냔 말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정상적인 정신상태인지 잠시나마 의심했다.
위젯/넥슨 안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안티의 정신은 좀더 건설적인 태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잘못된 점을 시정하라고 요구해야지 비꼬고 조롱하고 냉소하는 것만으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나도 위젯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더더욱 글을 쓰는 것이다. 그들이 납득할 수 있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바꿀 수 있게.
이런 말도 하더라. '나같은 미친놈 1명 때문에 프로그램을 뜯어고칠리가 없다'. 저게 온라인게임 기자를 해봤다는 사람에 할 수 있는 말인가. 그 사람과 나는 영원히 상종해서는 안되는 인간군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자기가 뱉은 말처럼 그냥 '미친놈 1명'으로 보였다. 이제 앞으로 그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